
안녕하세요. 소중한 N명의 구독자 여러분. 유니버설 플래닝 스튜디오 저마다를 운영하고 있는 노유리입니다.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공식 첫 뉴스레터입니다. 설레네요.
어떤 이야기로 첫 뉴스레터를 채울지 고민하다가 싱크대를 주제로 가져왔습니다(!)

전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한 경험을 살려 현재 직장에서 아주 가끔 인테리어 개선 업무도 하고 있어요. 제가 일하는 건물에는 두 개 층마다 탕비실과 주방 시설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 주방 시설에는 싱크대가 포함되어 있죠. 총 6개의 싱크대 중 3개는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기 쉽게 만들어져 있어요.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싱크대는 어떻게 생겼을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싱크대의 모습은 비장애인이 서서 이용하기 적합한 방식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그래서 휠체어 이용자에겐 너무 높고, 무릎이 부딪혀 불편할 수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싱크볼의 디자인입니다. 싱크볼 밑으로 휠체어 탄 사람의 무릎과 다리가 들어갈 수 있는 높이를 확보하면서, 작업대(싱크볼 윗선)의 높이가 너무 높지 않으려면 싱크볼 깊이도 그만큼 줄어야 하거든요. 또한 배관이 휠체어 진입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수구 구멍은 최대한 싱크볼 뒷쪽에 뚫려있는 게 좋아요.
이때 발견한 백조씽크의 싱크볼! 이름마저 age friendly. 그런데…!

백조씽크의 age-freindly 씽크볼
저희 건물 공간은 주방 시설 수가 많지 않고 예산이 마련될 때마다 하나씩 시설을 바꾸고 있어요. 작년에 한 층의 주방 시설을 변경할 수 있는 예산이 마련되었고, 필요한 싱크볼 수량도 딱 하나였어요. 냉큼 백조씽크에 문의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수량이 너무 적어 생산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미 납품받은 이력이 있는 시공사를 통해 딱 하나만 살 수 있는지 수소문해 봤지만 역시나 재고가 없었습니다. 결국 최대한 비슷하지만,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다른 모델로 설치했고요.
보통 이런 배리어프리 씽크볼은 병원 등의 시설에 납품됩니다. 제품을 대량으로 발주하기 때문에 생산 공장은 기꺼이 가동되겠지요. 저희 공간은 수백에서 수천 명의 사람이 이용하지만 최소 발주 수량을 맞추긴 어려웠고, 결국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이 닿지 못했습니다.
장애인과 고령층을 위한 제품은 애초에 소수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구매 조건은 대량 발주여야만 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주방은 공공장소에서 비필수 시설일지 모르나, 가정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시설입니다. 만약 휠체어 이용자가 개인의 집 주방을 고치고 싶어도, 지금 같은 구조라면 이 제품을 구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제품 이름을 Age-friendly라고 한정 지을 필요가 있을까요?
저 역시 싱크볼이 너무 깊으면 설거지할 때 허리가 아프곤 합니다. 하부장에 물건을 넣을 때마다 툭 튀어나온 배관 라인이 거슬릴 때도 많고요. 이 제품을 특정 누군가만 쓰는 특수 제품으로 홍보하기보다, 불편함을 느끼는 모두를 위한 제품으로 알린다면 어떨까요? 편견 없이 더 많은 사람이 이 제품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